우리는 어쩌면 모두 가면을 쓰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괜찮아 보이는' 표정을 장착하고, SNS에 올릴 사진을 위해 가장 행복해 보이는 각도를 연구하죠. 일종의 '표정 연기'가 일상이 된 시대입니다. 그리고 이 연기력(?)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순간이 바로 '결혼' 준비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백 번의 셔터 소리 속에서 가장 완벽한 미소를 지어야 하고, 일생일대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그 압박감 속에서 우리는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곤 합니다. 바로 카메라 렌즈가 아닌, 서로를 향한 '진짜 표정' 말입니다.
1. 완벽함을 향한 질주, 그 현란한 무대
최근 방문했던 강릉웨딩박람회 현장은 그야말로 '완벽함'을 향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드레스 자락, 눈부신 조명 아래 전시된 예물들, 그리고 샘플 앨범 속 비현실적으로 행복해 보이는 모델 커플들까지.
모두가 분주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조건을 찾기 위해 상담 부스를 옮겨 다니고, 견적서를 꼼꼼히 비교하며 '가장 이상적인 그림'을 맞추려 애쓰는 모습이었죠.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저 역시 '어떻게 하면 더 완벽한 결혼식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잘 짜인 연극의 소품을 고르는 연출가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강릉웨딩박람회는 완벽한 순간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거대한 무대였습니다.
2. 찰칵! 셔터음이 미처 담지 못하는 것
상담 대기 줄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던 순간이었습니다. 시끌벅적한 강릉웨딩박람회 한쪽 구석에서, 한 예비부부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갔는지, 예비 신부가 그만 '빵' 터지듯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입을 가리거나 각도를 재지 않은, 그야말로 '무장해제'된 웃음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예비 신랑의 표정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튜디오 샘플 사진 속 억지스러운 미소가 아닌, '정말 사랑스럽다'는 듯한 따뜻하고 꾸밈없는 눈빛이었죠. 그 짧은 순간, 두 사람 주위의 공기만은 박람회장의 소음과 분주함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그 어떤 스튜디오의 셔터 소리도 그 순간의 자연스러움을 담아내진 못했을 겁니다. 강릉웨딩박람회의 그 현란함 속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습니다.
3. 견적서에는 없는 항목, '진짜 우리'
우리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견적서를 받아 들고 수십, 수백만 원의 비용을 고민합니다. 강릉웨딩박람회와 같은 행사는 이 과정을 합리적으로 줄여주는 훌륭한 창구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견적서 항목들을 채우는 데 급급한 나머지, 정작 그 안에 담겨야 할 '내용물'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우리의 '진짜 표정'은 그 어떤 견적서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서로의 서툰 농담에 웃어주는 너그러움, 준비 과정이 힘들어 지칠 때 말없이 잡아주는 손, "그 드레스보다 당신이 더 예뻐"라고 말해주는 진심 어린 눈빛. 이런 것들은 결코 돈으로 사거나 패키지로 묶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강릉웨딩박람회에서 수많은 상품을 둘러보면서도, 결국 마음을 채우는 것은 이런 '진짜 순간'들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4. 셔터 소리보다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것
스튜디오 촬영은 정해진 콘셉트와 포즈 속에서 진행됩니다. "신부님, 활짝 웃으세요!", "신랑님, 조금 더 다정하게!" 디렉터의 요구에 맞춰 우리는 '행복한 표정'을 연기합니다. 찰칵, 찰칵, 기계적인 셔터 소리는 어쩌면 '지금 행복을 연기하라'는 주문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셔터 소리보다 우리가 더 귀 기울여야 할 것은 서로의 목소리입니다. 강릉웨딩박람회의 수많은 부스를 돌며 지친 서로에게 건네는 "힘들지 않아?"라는 다정한 질문, "이것도 예쁘지만, 난 당신 평소 모습이 제일 좋아"라는 솔직한 고백. 이런 대화들이야말로 100장의 완벽한 사진보다 더 가치 있는 '진짜'입니다. 강릉웨딩박람회는 결혼 준비의 '기술'을 알려주지만, 그 '마음'은 우리 스스로 채워야 합니다.
강릉웨딩박람회를 나서며 손에는 두둑한 자료와 견적서가 들려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아까 보았던 그 커플의 '진짜 웃음'이 맴돌았습니다.
결혼 준비는 어쩌면 '가장 우리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일 것입니다. 두꺼운 메이크업과 화려한 드레스, 완벽하게 보정된 사진 속에 '진짜 우리'를 가두지 마세요. 스튜디오 셔터 소리가 멈춘 순간, 서로를 바라보며 짓는 편안하고 꾸밈없는 표정.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평생 간직하고 남겨야 할 단 하나의 '작품'이 아닐까요?
강릉웨딩박람회에서의 경험은 저에게 화려한 '상품'들 너머에 있는 '사람'을, 그리고 '관계'를 보게 했습니다. 여러분의 앨범에는 어떤 '진짜 표정'이 담기게 될까요? 부디 셔터 소리보다 서로의 심장 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준비 과정이 되시기를 바랍니다.